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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경제

이틀만에 22조원 날린 한국계 큰 손 빌황.."역사에 남을 투자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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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배 레버리지의 위험성 여실히 드러내 

손절만 일찍 했어도 피해 줄일 수 있었다 지적도

스왑계약 맺은 금융사, 탈출 러시에 동반 침몰


월가에서 수 백억 달러 손실 스캔들을 일으킨 한국계 헤지펀드 매니저 빌 황은 한 대 300억 달러 자산을 운용할 정도로 잘 나갔다. 그러나 그가 200억 달러(22조 4000억 원)에 달하는 자산을 한꺼번에 잃어버리는 데는 고작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이틀 만에 200억달러를 잃어버린 빌황' 이란 기사에서 현대 금융 역사에 기록될 만한 최단 시간 손실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그가 3월 초에만 손실을 털어냈더라면 아직도 세계 억만장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추정됐다.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일으킨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 '손절하라는 요구'에도 말 안 들어.."이틀 만에 날렸다"

 

빌황이 운용하는 펀드 아케고스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3월 22일께다. 22일 오후 5시 장 마감 후 그가 투자하고 있던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비아콤 CBS는 30억 달러 주식 매도와 전환사채 발행을 발표했다. 비아콤 CBS는 22일 종가로는 주당 100.34달러를 기록, 연초 이후 주가가 2.7배 나 올랐다. 그러나 관련 소식이 전해진 후 23일엔 10% 가까이 주가가 하락, 91.25달러로 내려앉았다. 

 

24일엔 23.2% 급락, 90.10달러까지 쭉 빠졌다. 당시 빌황에게 총수익 스와프(TRS), 차액 결제거래CFD) 등의 파생상품 계약을 통해 돈을 빌려준 주요 금융회사들은 그에게 손절(손실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매도)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그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그의 위태로운 투자 행보는 불과 이틀 뒤, 26일 대규모 손실로 막을 내렸다. 

 

TRS, CFD 스왑계약을 통해 돈을 빌려준 금융사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그가 투자한 곳의 주가는 하락했고 담보금을 채우지 못할 경우 한 곳의 금융회사라도 주식을 내다 파는 반대매매에 나서게 되면 주가는 더 심하게 폭락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TRS, CFD 계약 등은 주가가 반등하면 모두가 살아날 텐데 한 곳이라도 발을 빼기 시작하면 먼저 빠진 금융사만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는 게임이다. 

가장 먼저 선제조치에 나선 것은 모건스탠리다. 모건스태리는 25일 아케고스가 보유한 50억 달러가량의 지분을 다른 헤지펀드에 넘겼다. 26일 오전 9시 30분쯤 뉴욕장 개장 전 골드만삭스도 66억 달러를 청산했다. 도이치방크, 웰스파고도 함께 손실을 털어냈다. 매도 속도는 빨라졌고 주가 폭락은 더 심각해졌다. 

비아콘 CBS 주가는 22일 100.34달러에서 26일 48.23달러로 일주일 새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이달 8일엔 42.29달러로 주가가 더 떨어졌다. 빌황과 스왑계약을 한 금융사 중 마지막으로 남게 된 곳이 크레디트 스위스, 노무라 등이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47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노무라는 약 20억 달러를 손해 봤다. 미츠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은 약 3억 달러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됐다. 

■ 실체를 가리는 스왑계약...늦게 탈출하는 금융사, 손실 떠안아

 

26일, 아케고스의 손실이 크레디트 스위스 등 타 금융회사로 번진 사실이 밝혀졌을 때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빌황이 누구야?"였다. 그가 100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었음에도 아케고스는 어디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고 주식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투자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손익만 챙겨 먹는 CFD, TRS 계약을 맺어 5배 레버리지를 차용해 투자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개인투자자가 신용으로 빌린 돈 절반 이상을 주식 등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으나 헤지펀드와 패밀리 오피스는 이런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블룸버그는 아케고스를 잘 알고 있는 익명의 인사를 인용, "처음에는 레버리지가 2배였으나 3월 말에는 레버리지가 5배 이상으로 올라갔다"라고 말했다. 2013년 아케고스 설립 초반에는 100만 달러의 자본을 갖고 100만 달러를 추가로 빌려 투자했으나 나중엔 100만 달러의 자본으로 500만 달러를 빌렸다는 얘기다.

아케고스가 차용한 거래는 작년 조 단위 손실을 낸 라임 자산운용이 이용한 TRS 거래와 같은 것이다. 라임은 증권사 이름을 빌려 크게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 자신의 포지션을 감출 수 있었다. 

 

이런 거래의 문제점 중 하나는 스왑계약을 맺은 금융회사조차 아케고스의 전체 포트폴리오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만든다는 점이다. 스왑계약을 맺을 때 다른 금융사와 같은 주식에 대해 스왑계약을 맺고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크레디트 스위스는 판단 미스로 손실액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금융사들이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빌황의 투자 전략이 놀랍도록 단순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보도했다. 그는 빌린 돈의 대부분을 비아콘 CBS, 소피 파이, GSX 테크 듀 ADR 등에 집중 투자했다. 돈을 최대한 당길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과감하게 투자했으나 그조차도 대규모 손실에 대응할 만한 출구는 마련해놓지 않은 것이다. 

 

■ "프라임브로커만 연간 수 천 달러".. 한 때는 월가가 탐내는 고객

 

그가 과감한 스왑거래를 언제부터 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블룸버그는 작년 2분기부터 빌황이 거래한 주요 금융사가 그가 베팅한 주식의 주요 주주가 됐다고 추정했다. 그와 스왑계약을 맺은 모건스탠리는 작년 6월 말 브이아피숍 홀딩스 주식을 522만 주 보유했으나 12월 말엔 4460만 주로 증가했다. 

골드만삭스는 그를 블랙리스트에 올려두고 한동안 그와 스왑계약을 맺지 않았다. 그는 월가의 전설적인 헤지펀드 대부인 줄리안 로버트슨이 이끄는 로버트슨 타이거 매니지먼트에서 업력을 쌓는 등 실력을 인정 받았다. 한 때 '새끼 호랑이(Tiger Cub)'이란 별명으로 얻기도 했다. 야구로 따지면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던 것과 같은 경력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설명했다. 

 

그런 그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은 2012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에서 유죄를 받았기 때문이다. SEC는 그가 독립해 설립한 '타이거 아시아펀드'가 중국 주식을 거래하면서 내부자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는 6000만 달러 이상의 벌금을 내 구속을 면했다. 

 

이런 전력으로 골드만삭스는 그를 블랙리스트에 올렸지만 그가 작년 기술주 반등장에 크게 성공하면서 골드만삭스도 작년말 아케고스와 스왑계약을 맺었다. 작년엔 아케고스가 보유한 10개 중 7개 주식이 30%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그는 월가가 가장 탐내는 고객 중 한 명이었다"며 "그는 프라임브로커에서 연간 수 천만 달러의 수수료를 줬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의 성공은 올해 들어 기술주 주가가 하락하면서 한순간에 막을 내렸다. 블룸버그는 그를 잘 아는 친구를 인용해 "SEC 조사 이후 그는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2013년 그는 오로지 자신의 돈만 투입, 아케고스를 설립했으나 8년 만에 대규모 손실로 유명세를 떨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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