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美증권거래 위 공시자료에 투자 사실 첫 공개
현 800달러대 1주 지분가치 당시엔 10달러...
최근 4년 평가차익 3조 웃돌듯
최근 몇 년 새 폭등한 테슬라 주식에 국민연금이 수년 전부터 상당액을 투자하고 수조 원대 평가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돼 눈길을 끈다.
14일 국민연금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한 보유주식 현황 자료(Form 13F)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014년 3분기 말 기준 테슬라 주식을 792만 달러(약 88억 원) 어치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2014년 3분기 말 기준 테슬라 주가는 48.54달러(수정주가 기준)로, 지난해 8월 액면분할과 2월 13일 현재 주가(813.32달러)를 적용하면 6년 반 새 수익률은 무려 8천278%에 육박한다.
액면분할로 1주가 5주로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현재 800달러대인 테슬라 주식 1주의 지분가치가 2014년 3분기 말엔 9.71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미 증권거래위 신고 자료가 공시되기 시작한 최초 시점이 2014년 3분기일 뿐 최초 매입 시기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이 실제 테슬라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시점은 이보다 앞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의 테슬라 전체 투자 규모는 기금운용본부가 2016년부터 공개하기 시작한 해외주식 종목별 투자 현황 자료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미 증권거래위 공시 자료엔 국민연금 명의의 계좌로 직접 보유한 미 상장 주식 현황만 드러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전체 포트폴리오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금운용본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16년 말 기준 테슬라 주식을 1천824억 원어치 보유했다.
보유 비중 순위는 해외주식 중 76위로 당시 테슬라의 시가총액(344억달러) 수준을 고려할 때 투자액이 큰 편이었다. 당시 투자 비중이 다른 자동차 제조사 GM(74위)의 경우 시총이 527억 달러로 테슬라를 훨씬 웃돌았다.
테슬라의 성장성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한 적극적인 운용 판단이 개입한 결과로 풀이된다.
2016~2019년 국민연금의 테슬라 보유지분율은 0.42%~0.44% 수준에서 꾸준히 유지됐는데, 2019년 말 지분율(0.42%)이 최근까지 그대로 유지됐다고 가정할 경우 국민연금이 보유한 테슬라 지분의 현재 평가가치는 약 3조 6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평가차익이 3조 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테슬라의 수익률엔 못 미치지만 국민연금은 2016년 말 기준 마이크로소프트(보유비중 1위·9천277억원), 애플(2위· 9천10억원), 아마존(3위·6천786억 원) 등 주요 대형 기술주들을 일찌감치 대거 보유해온 투자자다.
최근 몇 년 새 이들 종목의 주가가 급등한 데다 국민연금이 추가 투자로 보유 지분율을 꾸준히 높이면서 2019년 말 현재 평가액은 마이크로소프트가 3조 3천304억 원, 애플이 3조 1천406억 원, 아마존이 1조 9천913억 원 등으로 불어난 상태다.
이를 반영하듯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투자성과는 국내 주식 성과를 월등히 앞서는 편이다.
1988년 기금 설정 이후 2019년까지 해외 주식의 연평균 수익률은 10.08%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주식 연평균 수익률은 5.59%였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적 연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잘 낸다고 하더라도 그 수익이 다른 투자자 몫에서 가져온 것이라면 국부가 늘어나는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해외 투자를 기본 원칙으로 하는 북유럽 국부펀드처럼 국민연금도 해외 투자를 넓히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