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품귀 믿고 아파트 사들였지만
수도권 매물 쌓이며 가격 하락
잔금 날 다가오는데 세입자 없고
실거주하려 해도 대출 길 막혀
갭 투자 건수는 한 달새 160→9건
김모씨는 지난해 말 경기도 광명시의 시세 10억 원 아파트를 갭 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수)로 계약하고 이달 말 잔금 납부일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전세 세입자를 찾지 못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계약 당시 전세 실거래가는 6억5000만원이었고, 중개업소에서는 7억 원까지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김씨는 3억 원가량을 들고 갭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이 일대는 현재 전세매물이 쌓이며 5억 원대 매물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김 씨는 "이러다 계약금 1억 원을 날리게 될까 잠이 안 온다"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말 폭등하는 전세가 추세에 갭투자 열풍이 불었지만 2~3개월 후 잔금을 치르게 된 투자자들이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잔금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불과 3개월 전 갭 투자 당시에는 전세대란 속에 세입자 찾기가 수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올 초부터 전세물량이 쌓이며 전세가 하락 조짐이 보이자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 전역이 전세매물이 쌓이며 가격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전세 가격보다 1억~2억 원 낮은 전세 매물도 계약되지 않는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날벼락을 맞은 건 지난해 말 전세가 급등 시기에 갭투자에 나섰던 사람들이다. 매매계약 체결 후 2~3개월 후인 잔금일이 지난달부터 도래했지만 그새 시장환경이 급변하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나마 가격을 낮춰 부랴부랴 세입자를 구한 경우는 예상 투자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이 들면서 자금난에 빠졌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갭 투자 관련 자금융통 방법을 호소하는 고민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연말 서울에서 갭 투자에 나섰던 A 씨는 "예상보다 전세금액을 5000만 원가량 낮춰야 할 것 같은데 이미 신용대출을 연봉 두배로 받은 상황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이 있겠냐"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갭투자자 B 씨는 "투기과열지구에서 갭 투자를 했는데, 전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아 직접 들어가 살려고 하는데 40% 이외에 받을 수 있는 후순위대출이 있느냐"라고 문의했다.
매도자도 속이 타긴 마찬가지다. 매도자 C씨는 "매수자가 갭 투자자이고, 4월 잔금인데 아직까지 전세가 안 나가고 있어 이제 와서 매수자가 계약을 없던 일로 하자고 한다"면서 "우리도 집을 매수한 상황이라 그쪽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미칠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전세가 하락세를 보이자 급격히 늘어났던 갭투자 건수도 다시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정보 애플리케이션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도권 갭 투자 상위지역 5곳의 갭 투자 건수는 499건으로 집계됐다. 경기도 남양주시가 116건으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평택 100건, 고양시 일산서구 95건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올해 1월 갭투자건수는 160건으로 한 달 새 절반 이상 꺾였다. 2월에는 9건까지 쪼그라들었다.
양지영 R&C연구소 대표는 "현재는 전세 비수기인 계절적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향후 입주물량이 줄어들면 전세시장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은 있는데, 3기 신도시 공급 상황 등 전세시장에 작용할 변수가 너무 많아 쉽사리 시장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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