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자산 비트코인을 세계 처음으로 법정통화로 쓰기로 한 엘살바도르의 실험이 첫날부터 험난한 출발을 했다.
공식 디지털 지갑인 '치보(chivo)'는 주요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에서 한때 내려받을 수 없었고, 비트코인 가격은 한 달 만에 최저치로 급락했다.
비트코인 12년 역사상 최대의 '진짜 돈 실험'을 두고 기대감과 회의론이 교차하는 가운데 나이브 부켈레(40) 엘살바도를 대통령은 긍정적 시각을 유지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로이터 등에 따르면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쓰기로 한 이날 갖가지 문제가 불거졌다. 애플. 화웨이 등의 앱 플랫폼에선 이날 오전 치보를 다운로드할 수 없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400비트코인(약 2000만 달러)을 전날까지 보유한 상태였고, 맥도날드는 비트코인을 받기 시작했는데 정작 국민이 사용할 수단이 마땅찮게 된 셈이었다. 치보를 내려받아 신분증 번호를 입력하면 엘살바도르 국민은 1인당 30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받기로 돼 있었다.
부켈레 대통령은 트위터에 얼굴을 붉힌 화난 이모티콘과 함께 애플. 구글. 화웨이를 거론, "그를 풀어달라"라고 썼다. 치보는 정오 직전 애플. 화웨이 플랫폼에서 내려받기가 가능해졌다.
비트코인 시세도 급락했다. 이날 뉴욕시장에선 장중 4만 3050달러까지 떨어졌다. 17%까지 급락한 것으로 한 달 만에 최저 수준이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 하락을 활용, 150비트코인(약 700만 달러)을 추가로 구매해 총 550비트코인(역 2600만 달러)을 갖게 됐다고 했다.
비트코인 법정통화를 밀어붙인 그는 가상 자산을 사용하면 송금 수수료로 연간 4억 달러를 절약하고, 은행 계좌가 없는 이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엘살바도르의 지난해 해외송금액은 60억 달러다.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시민 카를로스 가르시아는 로이터에 "비트코인이 줄 수 있는 기회에 흥분된다"라며 "엘살바도르는 오늘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라고 했다.
부정적 견해. 회의적 시각도 여전하다. 엘살바도르 인구 절반 넘게 인터넷 접속이 불가하고, 비트코인 작동에 필요한 기술 접근도 어려워서다.
1000명 넘는 인원이 참여한 시위대는 이날 정오께 대법원까지 행진하며 타이어를 불태우는 등 비트코인 사용에 반대하는 뜻을 밝혔다.
부켈레 대통령의 지지율은 80%이지만, 엘살바도르 내 한 대학의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3분의 2가 비트코인 관련 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5월 가치가 거의 절반 가까이 떨어진 비트코인 사용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세계은행(WB)은 이날 "환경과 투명성 상의 결점을 감안할 때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엘살바도르를 도울 수 없다"라고 거듭 밝혔다.
투자은행 스티펠니콜러스의 나탈리 마식 전무는 "가상 자산은 섹시하지만 엘살바도르 같은 나라엔 특히 복잡하고 위험하다"라고 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트위터에 "모든 혁신과 마찬가지로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과정은 학습 곡선상에 있다"라며 "하루, 한 달에 모든 게 이뤄지지 않는다. 과거의 패러다임을 깨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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